2019. 5. 18. 20:37ㆍ글 쓰기/독후감
“걸리버 여행기를 읽고”라는 독후감을 얘기하기 전에 조금 많이 TMI를 방출하면, 나는 개인적으로 외국 소설은 읽다 보면 이해가 안되고 답답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외국 소설을 읽으면 뭐랄까,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는 느낌? 이번에 읽은 걸리버 여행기도 역시 외국 소설이라 내가 잘 읽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역시, 읽어보니 이해가 안되고 답답한 기분이 몰려왔다. 요약을 잘 못하겠어서 깔끔★하게 생략하고, 그래서 한 번 내가 이 책을 이해한 선에서 독후감(책을 읽고 난 후기)를 써 보려고 한다.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걸리버가 릴리퍼트로(소인국), 브롭딩낵(거인국), 라퓨타, 발니바비, 럭낵, 글럽덥드립, 일본, 후이늠국으로 떠났던 여행기 소설” 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여행기 중에 일본이 있길래 "일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여기는 정상적으로 보이는데..."라고 생각하고 일본 편을 봤더니 엄청 짧고 말 그대로 일본에 왔다 간 얘기정도 밖에 없어서 실망했다.
그리고 주인공 걸리버는 나쁜 사람이 분명하다. 아내랑 자식들이 있는데 항상 몇 개월 정도만 있다가 또 이상한 나라로 가버리니까. 심지어 마지막에 후이늠국에 갔을 때는 아내랑 자식들을 버리고 후이늠국에 정착할 생각까지 한다. 그런데 계속 다른나라에 갈 때마다 그 나라의 언어를 쉽고 빠르게 배우는 것을 보면 똑똑한 것은 분명하다.
어쨋든 이 책을 읽다 보면 지어낸 소설 같지 않고, 그 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아주 자세하고 풍부하게 써 놓아서 내가 그 곳으로 직접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계속 판타지 적인 요소(소인, 거인, 떠있는 섬, 마술사… 등)이 등장하지만, 왠지는 몰라도 전혀 판타지 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등장해 현실과 판타지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 전혀 판타지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중간중간 "독자 여러분들은~ "이런 문장이 자주 나와서 그런지 더 상상 여행기가 아닌 진짜 여행기 같아 보인다.
책을 읽는 도중 엄청 특별하지는 않은데 기억이 남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스트럴드브럭”이라고 하는 이상한 이름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 이상한 이름의 뜻은 ‘죽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책을 보면서 처음에는 영원히 죽지 않는 스트럴드브럭을 부러워 했지만, 점점 읽으면 읽을수록 죽고싶어도 죽지 못하고,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역시 사람은 적당히 살다 죽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에 기억에 남는 부분은 후이늠국 이야기로, 더러워서 기억이 남는다. 먼저 읽은 친구들이 후이늠국 이야기가 더럽다고는 했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 (똥) 얘기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그러자 이 망할 종자 몇몇이 뒤에 있는 나뭇가지를 잡고 나무 위로 뛰어 올라 거기서 내 머리 위로 배설물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나는 나무줄기에 바짝 달라붙어 어느 정도 잘 피하기는 했지만 사방팔방 내 주위에 떨어진 오물들에 거의 질식할 지경이었다...
- 을유문화사 걸리버 여행기 324p 중에서 -
그리고 이 외에도 조금씩 더러운 💩 (똥) 얘기가 나온다.
확실히 무삭제 완역본이라 그런가, 앞서 말했듯 더럽기도 하고, 처형되는 장면이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지며 또 성적인 단어 (포주질, 남색, 창녀, 근친상간 등등)가 그대로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초등학생정도 되는 아이들이 보기에는 어려운 한자어들이 조금 많이 나와 읽기 힘들 수도 있어 중학생 정도 된 아이들이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번에 걸리버 여행기 완역본을 읽기 전에는 “걸리버가 소인국으로 가서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야기” 이 정도만 알고 있었지, “걸리버 여행기”라는 책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이야기를 읽은 주위 사람들을 통해 우리가 알던 그 걸리버 여행기 책이 아니란 것은 듣고 있었지만, 이렇게 400쪽 가까이로 내용이 길고 풍자가 가득하며, 또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닐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걸리버 여행기 완역본을 읽는 내내 나는 내가 알던 “걸리버 여행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려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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