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15. 13:07ㆍ글 쓰기/재밌는 글(소설)
본 소설은 Just boy 본인이 쓴 글임을 밝히며, 등장인물과 사건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알려드립니다.
"ㅋㅋ 김수진 저 새X는 오늘도 혼자 밥먹네"
"저 새X는 찐따잖아 ㅋㅋ"
“얘, 우리 쟤 근처 말고 저~기 가서 먹자.”
“그래 ㅋㅋ”
그렇다. 나는 찐따다. 특별히 관종같은 짓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성적인 성격 탓에 말이 없어 과묵하게 지낸데다가 공부나 운동을 잘하거나 외모가 예쁜 것도 아니었기에 찐따가 되기 좋은 딱 좋은 위치였다. 아이들이 항상 나를 기피했기 때문에, 난 항상 학교와 집을 혼자가고 밥도 혼자 먹는 등 뭐든 일을 혼자 하곤 했었다.
그 날도 어김없이 혼자 등교했다.
뒤에서 조잘조잘 쉴 새 없이 수다를 떠는 아이들의 수다소리를 이어폰으로 막고 음악을 들으며 학교를 가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 수학 문제집을 사야하는 것이 생각나 학교 근처 서점에 들려 문제집을 골랐다. 문제집을 계산대에 가지고 가 계산을 하려고 하니, 계산대 밑에 있는 탁자에 인형과 사람이 그려진 그림과 함께 커다란 글씨로 ‘복화술 배우기’이라는 글자가 쓰여있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책을 집으려던 찰나, 뒤에 서있는 사람들과 점원의 따가운 눈초리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시간도 시간인지라, 더 꾸물대다간 지각하겠다 싶어 ‘복화술 배우기’책을 뒤로 하고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내일까지 이 가통 가져오고…쏼라쏼라…그럼 내일 보자!”
“와!”하는 소리와 함께 종례가 끝났다. 종례가 끝나고, 난 아침에 보지 못했던 ‘복화술 배우기’책을 보기 위해 어서 서점으로 향했다. 그러나 서점에 도착해보니, 서점에는 이런 글자가 써진 큰 종이가 붙어있었다.
‘잠시 급한 사정이 생겨 오늘은 오전 영업만 하고 쉬게 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서점 사장-
“우이씨, 뭐야.” 난 짜증나는 마음에 괜히 옆에 있던 콜라 깡통을 찼다. 근데 그 깡통이 옆에 있던 동네 욕쟁이 할머니 발에 맞았나 보다. 할머니가 나한테 욕을 퍼부었다.
“야이 미친X!! 어따 깡통을 차! 아..X나 아프잖아!! 야!! 이 나쁜X아!!!”
고래고래 소리치는 욕쟁이 할머니를 두고 나는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고 바로 침대에 누워 잤다.
너무 피곤한 하루였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 아래 눈 떠 흠뻑 쏟아지는 햇살이 날 어지럽게 해…”
“으함~잘잤다” 난 기지개를 쭉 펴고 핸드폰 알람을 껐다. 시계를 보니 6시 30분. 알람을 설정한 시간에 딱 일어난 것은 오랜만인 것 같았다. 나는 대충 시리얼로 아침을 때우고 어서 서점으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서점입니다.”
점원의 인사말을 뒤로하고 계산대로 향해 ‘복화술 배우기’책을 집어들었다.
책을 들고 앉을 만한 곳을 찾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저 멀리 외국어교재 코너 근처에 의자가 있었다. 나는 쪼르르 달려가 가방을 옆에 두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스륵, 책을 펼치자 목차가 나왔다. 목차는 다음과 같았다.
<목차>
l 복화술이란
l 복화술을 하는 방법
l 끝
너무 단촐한 구성이었다. 조금 실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표지가 너무 인상적이었기에 복화술이 무엇인지 배워보자 라는 생각으로 계속 책을 읽어 내려갔다.
<복화술이란>
입을 움직이지 않고 말하는 기술을 말한다. 사람이 인형을 가지고 연극을 할 때, 사람이 말을 하면서 마치 인형이 말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데 쓴다.
오호? 입을 움직이지 않고 말하는 기술? 나는 흥미로운 마음에 계속 더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근데 다음 장을 넘기니, 벌써 복화술에 대한 설명은 끝나고 두번째이자 마지막 파트인 ‘복화술을 하는 방법’으로 바로 넘어갔다.
뭐, 복화술이 무엇인지 알려주기는 했으니까 쿨하게 넘어가기로 했다.
그 다음 파트인 <복화술을 하는 방법>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복화술은 인형을 가지고 입을 움직이지 않으며 말하는 기술이다. 최대한 말하지 않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해볼 것. 자세한 것은 bokhwasul.com 에 접속하도록>
허허…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이런 것이 책이라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다.
책 뒤를 넘겨보니 흰 종이만 잔뜩 나올 뿐, 다른 내용이 더 나오진 않았다.
시계를 보니 8시 10분. 빨리 학교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스마트폰에 bokhwasul.com 사이트 주소를 메모해 두고 서점을 나왔다.
“딩동댕동-딩동댕동-“
학교가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다.
나는 재빨리 핸드폰을 키고 소중한 데이터를 켜 bokhwasul.com에 접속했다
내 데이터가 빠른 요금제는 아니었기에 1분동안 마음의 수련을 하며 기다려야 했다.
1분동안의 마음의 수련이 끝나고, 사이트 접속에 성공했다.
난 사이트를 보고 흠칫 놀랐다.
책과는 다르게 복화술은 무엇인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었고, 복화술을 하는 방법, 복화술 영상, Q&A 코너까지 정말 알차게 구성되어있었다. 일단 복화술 영상은 본 적이 없었기에, ‘복화술 영상’코너에 들어가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영상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내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인형이 말하는 것 같이 하는 기술… 정말 놀라웠다.
그 날로 난 복화술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학교 공부를 하는 틈틈이 계속 사이트에 접속해 복화술을 연습했다.
집 근처 인형가게에서 토끼인형을 사 ‘루비’ 라는 이름도 붙여주고 인형을 움직이면서 복화술을 잘하게 되는 그 날을 꿈꾸면서, 밤까지 새면서 했다.
뭐, 밖에서도 연습을 하다보니 데이터 요금이 엄청 나왔다고 혼이 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복화술을 열심히 연습한 결과, 난 꽤 좋은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 다음날, 나는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다짜고짜 소리쳤다.
“얘들아, 너희 복화술이 뭔지 알아? 내가 보여줄게”
애들은 과묵했던 내가 소리를 크게 내는 것을 처음 보는지 헐, 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나는 그런 아이들의 눈빛을 뒤로하고 인형을 꺼내며 복화술을 시작했다.
“안녕, 나는 수진이의 친구, 루비라고 해. 잘 부탁해”
.
.
.
“흠흠, 이제 자기소개는 여기서 마칠게, 모두 안녕~”
으로 난 복화술을 마쳤다.
근데 아이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다들 저 관종은 뭐지? 하는 눈빛으로 날 보았고 어떤 아이들은 귓속말로
찐따가 이제 관종이 되었다는 소리까지 했다.
나는 너무 실망하고 슬펐다.
이렇게 하면 친구들이랑 조금 어울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 신기한 능력을 보고 박수를 칠 줄 알았는데,
나는 그때서야 깨달았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구나.”
나는 학교 화장실에서 한참 울적이다가 이내 결심을 하고 주먹을 불끈 쥔 뒤 학교 옥상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한발짝, 두발짝, 세발짝… 올라가고 마침내 옥상에 도착했다.
오늘따라 햇살이 눈부셨다. 바람도 솔솔 부니 시원했다.
이런 햇살과 바람이 오늘로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또르르 내렸다.
그러나 난 결심했다. 난 눈물을 멈추고 옥상 난관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학교 옥상 위에서 내려다보는 아래의 풍경은 정말 무서웠다.
그래도 난 내 결심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이내 나는 옥상 난관에 올라갔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내 몸이 서서히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내 퍽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통이 밀려왔다. 뼈가 산산조각이 난 것 같았다.
그러나 난 그 고통을 느낄 시간도 없었다.
얼마 있지 않아, 희미하게 떠있던 내 눈이 스르르 감겼다.
많은 아이들과 후배들, 선배들, 그리고 선생님들이 내 주위를 걸어갔다.
그러나 아무도 보지 않았다.
아무도 내 죽음에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쓸쓸히 죽었다.
그것도 아주 쓸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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